영화 속 주인공은 늘 착하고 정의로워야 할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어떤 영화는 착한 얼굴을 한 악당, 혹은 악당의 얼굴을 한 주인공을 내세워 우리 머릿속 도덕적 기준을 뒤흔듭니다.
이상하게도, 그런 캐릭터에게 더 빠져드는 건 왜일까요?
오늘은 "주인공이 악당인 영화"라는 다소 도발적인 주제로, 선과 악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인물들을 따라가 보려 합니다.
조커 (Joker, 2019) – "나는 악당이 되고 싶었던 게 아니야"
조커는 단순한 악당의 탄생기가 아닙니다.
외로운 한 남자가 웃고 싶어도 웃을 수 없을 만큼 망가진 세상 속에서, 조금씩 무너지고, 결국 ‘악’이 되어가는 이야기죠.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정말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몰입감 넘치고, 광기와 슬픔 사이를 오가는 장면들은 단순한 범죄 영화 그 이상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조커를 미워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나를 찾아줘 (Gone Girl, 2014) – "당신이 날 진짜로 알게 된다면"
이 영화는 진짜 소름 끼칩니다.
에이미는 사라졌고, 남편은 유력한 용의자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는데, 관객들은 점점 그녀의 섬뜩한 이면을 알게 되죠.
이 주인공은 단순히 '나쁜 여자'로 규정할 수 없습니다.
치밀하고 계산적이면서도, 어디선가 현실적인 분노를 대변하는 것 같기도 하거든요.
감독 데이빗 핀처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당신이 믿고 있는 그 '정상'이라는 틀, 과연 진짜일까?"
나이트크롤러 (Nightcrawler, 2014) – "뉴스에 필요한 건 공포야"
루이스 블룸은 말 그대로 뉴스의 '악마'입니다.
사고 현장을 찾아다니며 끔찍한 영상을 찍고, 더 자극적인 장면을 위해 선을 넘는 것도 서슴지 않죠.
이 영화는 무서울 만큼 현실적입니다.
루이스는 우리가 외면하고 싶지만 분명 존재하는 인간 군상의 한 형태를 보여줍니다.
관객은 그가 하는 일에 경악하면서도, 그의 논리와 성공이 무섭게 납득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게 이 영화의 진짜 소름 포인트입니다.
왜 이런 영화들이 끌릴까?
우리가 악당에게 빠져드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그들은 하고 싶은 말을 서슴없이 하고, 불편한 진실도 드러냅니다.
때로는 우리가 감추고 있는 본능을 대신 드러내주는 존재이기도 하죠.
또한, 이런 영화들은 단순한 선악 구도를 넘어서서, 인간의 복잡한 내면과 사회의 어두운 면을 찬찬히 보여줍니다.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캐릭터일수록, 오히려 더 많은 생각을 남깁니다.
마무리하며
주인공이 꼭 정의롭고 착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때로는 도덕의 경계를 벗어난 인물을 통해 더 깊은 질문을 던지고,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죠.
오늘 소개한 영화들은 그런 면에서 매우 강렬한 작품들입니다.
기존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시선의 영화가 보고 싶다면, 주인공이 악당인 이 영화들을 꼭 한번 감상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